Miyerkules, Pebrero 6, 2013

‘82일 만에 나온 30점!’ 프로농구 국내선수 고득점 실종

프로농구에서 국내선수의 저득점 현상이 역대 최고로 심각한 수준이다.

6일 전주 KCC의 주포 김효범과 상무에서 돌아온 창원 LG의 기승호는 나란히 30득점을 올렸다. 김효범의 득점쇼에 대해 팬들은 '이게 얼마 만에 나온 30득점이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록 패했지만 전반에만 23점을 쓸어 담고 다시 4쿼터에 7점을 토해낸 기승호를 칭찬하는 내용도 많았다. 그만큼 국내선수의 고득점은 팬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국내선수의 30점대 고득점이 실종됐다는 사실이다. 6일 김효범과 기승호의 30점은 무려 82일 만에 나온 국내선수 30점이다. 지난 10월 13일 LG 김영환이 모비스를 상대로 31점을 넣은 것이 올 시즌 1호였다. 11월 17일 KT 조성민이 오리온스를 상대로 올린 32점이 올 시즌 국내선수 한 경기 최다득점기록이다. 그게 전부였다.

6일 기승호와 김효범이 등장하기 전까지 올 시즌 30점을 돌파해본 선수는 김영환, 조성민 달랑 두 명이었다. 더구나 이 선수들은 소속팀의 에이스로 팀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할 수 있다. 득점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30점은 딱 한 번밖에 못 넘어봤다.

저득점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국내선수 30점 이상은 6명의 선수가 9회에 걸쳐 달성했다. 20득점 이상도 229회가 나오며 올 시즌 기록(83회)을 훨씬 상회한다. 프로농구가 아직 5,6라운드 잔여경기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난 시즌에 비해 고득점이 훨씬 많이 줄었다.

저득점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올 시즌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되면서 수비가 강화됐고, 골밑득점이 나오기 힘들어졌다. 상대적으로 외곽공격 비중이 늘었지만 역시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왕년에 '캥거루 슈터'로 명성을 떨친 조성원 SBS-ESPN 해설위원은 "3-4년 전부터 수비 위주의 팀들이 우승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그러다보니 모든 팀들이 수비위주로 가면서 득점이 확연히 줄었다. 수비자 3초룰 폐지도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 시즌 30점을 넘겨본 외국선수도 후안 파틸로(41, 40, 35, 31점), 제스퍼 존슨(37, 33, 32, 31, 31점), 리카르도 라틀리프(35점), 애런 헤인즈(33, 31점), 리차드 로비(32, 31점), 리온 윌리엄스(30점), 리카르도 포웰(30점), 줄리안 센슬리(30점), 빅터 토마스(30점) 9명에 불과하다. 또 득점도 예년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리그 전체의 흐름 탓도 있다. 공격농구가 한창 득세하던 2000-01시즌 창원 LG는 무려 평균 103.3점을 올렸다. 에릭 이버츠(27.1점/리그 2위), 조성원(25.7점/리그 5위), 알렉스 모블리(16점), 조우현(14.4점) 등 한 팀에서 무려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넘겼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폭발력이다.

그 때는 팀 당 두 명의 외국선수가 동시에 코트에 서던 시절이다. 평균 19.8점을 올린 토드 버나드가 득점순위 20위에 불과했다. 그래도 현재 득점 1위 제스퍼 존슨(19.2점)을 가뿐히 뛰어 넘는 기록이다.

외국선수들이 득세했지만 국내 '에이스'들도 못지않았다. 특히 조성원 위원은 2000년 1월 8일 오리온스전에서 41점을 올렸다. 해당시즌 한 경기 최다득점 전체 3위였다. 2001년 1월 9일에는 한 경기 48점(전체 4위)을 기록했다. 조성원은 2002년 1월 13일에는 SBS를 상대로 38점을 넣어 3년 연속 국내선수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차지했다.

조성원 위원은 "그때는 나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득점이 많이 났다. 수비 위주가 아니라 팀 자체가 공격위주 팀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키 작은 선수의 득점에 열광한다. 관중들은 국내선수의 득점을 기대하고 경기장에 온다. 평균 15점도 적다. 적어도 평균 20점은 넘겨야 득점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혼혈선수를 제외하면 국내선수 평균 20점은 2007-08시즌 방성윤(평균 22.1점/리그 5위)이후 대가 끊겼다.

저득점은 선수들의 공격기술이 정체된 영향도 크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강조되면서 선수들이 공격기술 개인기 연마에 게으르다는 것. 이충희, 허재 등 왕년의 득점왕들은 '요즘 선수들은 이렇게 훈련여건이 좋은데도 개인훈련을 안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재 감독은 "선수들의 잘못된 슛폼을 잡아주려고 해도 이미 10년 이상 들인 버릇이라 안 된다. 프로에서 고치기에는 늦었다"고 했다.

현역시절 조성원 위원은 180cm의 작은 키로 수비수를 농락했다. 특유의 탄탄한 하체에서 나오는 탄력적인 슈팅과 더블클러치를 위해 매일 줄넘기를 거르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조 위원은 "현재 프로농구 정상급 스타로 분류되는 선수도 초창기에 비해 발전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이 자기개발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관중은 화려한 농구를 원한다. 하지만 감독들은 당장의 승리를 위해 공격보다는 수비를 주문하고 있다. 수비농구로는 프로농구 흥행을 이루기 어렵다. 이제 감독들과 선수들의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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